귀국을 위해서는 코로나 검사를 비행기 타기 48시간 내 한 번, 한국 도착 후 48시간 내에 한 번, 그리고 10일 간 자가격리 후 해제 전날 한 번 받아야 한다. 해외 여행 전에는 확진자와 동선이 겹친 적도 없어서 검사 한번 안 받아보았지만 출발 전 두 번을 합하여 이번 여행을 위해서 총 다섯 번의 검사를 받아야 했다. 이제 검사가 꽤나 익숙해져서 더 이상 코를 찌르고도 코피가 나는지 확인해 보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해외 입국자들을 위한 방역망은 신기할 정도로 잘 구축이 되어있었다. 해외 입국자들은 귀가하는 동안 어떤 일반 대중교통도 이용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해외 입국자들은 공항에 도착하면 격리 후 매우 비싼 방역 택시를 타든지 일정 시간마다 있는 방역 버스를 탈 수 있다. 방역 버스를 타면 바로 각 지역의 보건소에 바로 내려준다. 보건소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은 뒤에도 택시를 탈 수 없기 때문에 구청의 관용차를 이용하여 모두 각자의 집으로 데려다준다. 신기하면서도 곤란했던 점은 강남구의 관용차가 앰뷸런스라는 점이었는데 앰뷸런스는 큰 여행용 트렁크와 나를 뒤에 싣고 사이렌을 울리며 도로를 질주하여 집 바로 앞까지 데려다 주었다. 생명을 살리는데 이용되어야 할 앰뷸런스가 고작 내 해외 여행 때문에 택시처럼 이용되는 것을 보면서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내 자가 격리는 처음엔 10일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7일로 줄어들었다. 집에 도착한 날이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동사무소에서 전담 공무원이 연락이 와서 위치 추적 앱을 세팅해 주었고 자가격리 물품들을 가져다 주었다. 나를 전담해주시는 공무원이 직접 전화를 해서 이것저것 챙겨주니 괜시리 죄송하고 황송했다.
자가 격리 때문에 가족들과의 명절도 비대면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어머니는 하루 두끼 사식처럼 음식을 방에 넣어주셨고(사실 맛있는 명절음식이었기 때문에 사식에 비할바가 못된다) 나는 화장실 갈때만 제외하면 계속 방에서 명절을 보냈다. 예전부터 느꼈지만 나는 자가격리를 크게 불편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인 것 같다. 달리기를 못해서 답답하다는 점만 빼면 방에서 책, 만화, 영화, 드라마를 원없이 보면서 행복하게 일주일을 보냈다. 사실 이 핑계로 혼자만의 시간을 잔뜩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명절 뒤에는 재택 근무일이 이틀 있었지만 어차피 재택이라서 큰 불편함은 없었다. 다만 내가 외국에 다녀오는 동안 회사 조직의 큰 변화가 있었어서 생각할 일이 많아졌다. 아마 내 짧은 회사 생활 동안 최대의 위기인 것 같지만 일단은 주말 간은 생각 안하려고 한다. 다음 주가 무사히 지나가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