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에 팀장에게 이직을 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팀장과 워낙 친했던 터라 이야기를 꺼내기 쉽지 않았다. 비슷한 연배였던 팀장은 내가 갑작스레 파트장이 되던 때에 동시에 팀장이 되어 함께 좌충우돌을 하며 팀을 꾸려왔다. 내 직속 상사였지만 그렇게 느끼지 못할 정도로 친구처럼 지냈고 항상 회사에 팀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이었다. 팀장이 아니었다면 나의 첫 회사생활이 이토록 행복하진 못했을 것이다.
내가 한번도 티를 낸적이 없었기 때문에 팀장은 크게 당혹스러워했다. 이직의 기미를 잘 숨겨왔다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막상 이야기를 할 때에는 정직하지 못한 일을 한 것 처럼 부끄러워졌다. 팀장은 나와 친했던 만큼 이직 의사를 존중해 주었다. 하지만 동시에 조직장의 입장에서는 잡을 수 밖에 없는 것도 이해해달라고 하였다. 마음이 어느정도 기울었기 때문에 잡히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 그렇게 말을 하지는 못하였다.
내가 회사를 떠나는 이유도 회사가 나를 잡는 이유도 사적인 감정이 들어갈 여지는 없는 것을 알면서도 감정적인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해준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감사한 대상에게 거절로써 당혹스러움을 안긴다는 것은 매우 불편하다. 마치 연인에게 이별을 고하는 느낌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너무 감정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털어버렸다.
이직 의사를 밝힌 후에는 나의 중요도에 대한 감각이 격변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내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많은 시간을 쏟던 일들이 나와 아무런 관련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새삼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회사에서 고생만 해서 이직이 결정되고 시원했으면 좋았겠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너무도 좋은 동료들과 좋은 문화들 속에서 편하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었다. 아마 앞으로 이런 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이제 옮길 때가 되었다. 이직 이후는 더욱 고생길이지만 그 고생을 통하여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아마 나중에 이 결정을 후회하겠지만 너무 많이 후회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