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공화국

태그
essay
long
Tags
작성일자
2021/04/11
1 more property
우리나라 한해에 벌어지는 사기 건수는 24만건, 금액으로는 3조 원이 넘는다고 한다. 특이한 것은 우리나라 사기꾼들의 재범률이 77%에 이른다는 점인데 검사 내전에서는 법원이 사기를 약하게 처벌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독보적인 수치가 처벌이 약하다라는 한 가지 원인 때문만은 아닐 것 같아서 다른 요인들도 생각해보던 중 우리 나라의 역사, 문화적 맥락에서 그 원인을 찾아보았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남을 믿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했다.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개인과 개인이 계약을 할 때 엄밀한 계약서를 잘 작성하지 않는데 이는 남을 의심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화는 사람들의 생활반경이 서로 모든 것을 아는 마을이었다면 공동체의 결속을 강화해주고 신뢰비용을 줄여주는 역할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급격히 도시화가 진행되며 신뢰 관계에 대한 근거가 사라졌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을 잘 믿는 문화는 사기꾼이 노리기 쉬운 피해자들을 낳았다.
오류의 중요한 본질적 요소는 오류의 형식이나 수단이 아니라 그것을 이용하려는 의도, 즉 여러 가지 형태를 통해 그것을 관철하려는 의도이다. - 프로이트
두번째는 좀 슬프지만, 대한민국 사회에서 안정적으로 부를 쌓아서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약한 것 같다. 다시 말하면 성공하려면 한방을 노려야 한다는 생각이 보편적인 것 같은데 이를 객관적으로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지는 못했지만 우리나라의 투자성향 같은 것을 보면 확실히 다른 나라들과는 다르게 고위험-고수익을 선호하는 것 같다. 이는 곧 투기, 도박과 같은 위험한 방법에 대한 선호로 이어지는데 이러한 기회에 대한 갈망이 오히려 사기꾼들에게는 착취의 기회가 된다. 어떤 것을 강하게 갈망할 수록 그 기회의 실마리가 보일 때 오류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위 두 가지를 요약하면 우리나라에 사기 당할만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피해자를 비난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사기 피해는 물적이나 심적으로 피해자에 씻지 못할 상처를 주기 때문에 무엇보다 빨리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바꿀 수 있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사기를 사기꾼 개인의 문제로 생각한다면 마음은 편하겠지만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안된다. 그것 보다는 어떤 사람이라도 기회가 있으면 얼마든지 사기를 칠 수 있기 때문에 그 기회를 없애는 방법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이는 사람이 악하다는 성악설보다 사람을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성이익추구설에 가깝다. 사람들이 사기를 치는 이유는 타인을 해하고 싶어서라기 보다는 사기치는 행위의 기대값이 아닌 것에 비하여 높기 때문이다. 사기의 기대값은 사기가 성공했을 때의 보상, 사기의 성공율, 그리고 실패했을 때의 패널티로 구성이 되는데 사기에 대한 보상이 나라별로 일정하다고 가정하면 우리나라에서 실패의 패널티(법원의 처벌)가 약하고 사기의 성공율이(피해자가 취약하다는 사실)이 높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가 사기 공화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려면 법원에서의 처벌이 강화되는 것과 동시에 피해자들에게도 사기 저항력을 길러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검사내전과 같은 책을 보며 사기 사례가 많이 전파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뻔한 결말이지만 그럼에도 이 글을 쓴 이유는 우리나라의 높은 사기율이 사람들이 나쁘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싶어서였다. 사람은 이익만을 추구하는 존재로 보는 관점은 인간은 환경을 통하여 바뀔 수 있기 때문에 환경을 개선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도록 만들고 역설적으로 사람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게 만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