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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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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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자
2022/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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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구름 한점 없이 청명한 날씨는 오랫만에 캘리포니아에 돌아온 것을 실감나게 해주었다. 한국이었다면 보는 사람마다 날씨가 너무 좋다고 인사를 했을 것 같은 날씨였다. 더욱 부러운 것은 이런 천국과 같은 날씨가 거의 일년 내내 이어진다는 것이었는데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은 대체 전생에 무슨 좋은 일을 했길래 이런 곳에서 사는 것일까 생각이 들었다. 이런 날씨 덕에 거의 숙소에서 게으름만 부렸던 포틀랜드와는 달리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숙소 안에 머물러 있기 어려웠다. 샌프란시스코에서 5박 6일이나 머무는 이유는 단 두 가지, 샌프란시스코 농구팀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즈의 홈경기 관람과 샌프란시스코에 밖에 없는 필즈 커피의 아이스 민트 모히토였다. 실제로 그 기간동안 3번의 경기를 보고 매일 필즈 커피를 사마셨다. 그 외의 계획은 전무했기 때문에 즉흥적으로 할 일들을 정해야 했다. 나는 원래 유명한 관광명소 보다는 동네를 걸어다니며 구경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번에도 몇 군데의 관광지를 제외하고는 여러 동네들을 무작정 걸어다니며 사진을 찍고 동네를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최근에 연달아 여행을 갈 일이 많았는데 이런 여행 성향과 내 취미인 달리기를 합쳐 여행지에서 동네를 달리며 구경하는 활동으로 발전시켜 보았다. 신발과 복장을 챙겨야 한하다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얼마전 부산과 제주에 해보았을 때 좋았어서 머나먼 미국까지 러닝 복장을 챙겨왔다. 여행지에서 궁금한 곳을 따라 무작정 달리는 것은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 같이 설레고 자유로운 느낌이 들어서 참 좋다. 그동안 자동차, 스쿠터, 자전거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여행을 다녀봤지만 나에게는 달리기 정도가 장소에 친숙해질 수 있는 적당한 속도인 것 같다. 샌프란시스코는 아주 달리기 좋은 도시였다. 따뜻한 날씨와 해안 따라 쭉 뻗은 평평한 거리 덕분인지 아침 저녁마다 나 말고도 달리는 사람이 아주 많았다. 어렸을 때 잠깐 미국에 가본 뒤 나는 커서 미국에 살 것이라고 막연하게 상상했었다. 하지만 한국에 자리 잡은 뒤에 이미 한국에 너무 익숙해졌고 점차 굳이 고생을 감수하면서 외국에 나갈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굳어졌다. 하지만 이번 여행을 하며 언젠가 이곳에 와서 살아보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