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틀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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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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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자
2022/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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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간 아껴놓은 소중한 휴가들을 모아서 포틀랜드 일주일, 샌프란시스코 일주일 여행을 가게 되었다. 귀국하면 자가격리 10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나 그래도 기회가 될 때 다녀오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늘 그렇듯 여행은 가기 직전에 가장 의욕이 떨어진다. 코로나로 인한 복잡한 절차들과 일 관련 이슈들로 출발 직전까지 골머리를 싸매며 몇 번이나 여행을 후회할 뻔 했지만 무사히 출발할 수 있었다. 이번 여행은 전혀 계획을 세우지 않고 갔다. 포틀랜드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다보니 대체로 호텔에서 편히 쉬거나 호텔 근처를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내가 있는 동안 포틀랜드는 계속 구름이 끼거나 비가 왔고 간신히 영상의 온도였기 때문에 대체로 차갑고 어둡다는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분위기 있는 건물들과 특색있는 지역 가게들을 보며 꽤나 스타일리시한 도시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특히 커피가 맛있기로 유명해서 거의 매일 커피로 하루를 시작했던 것 같다. 그렇게 고생해서 미국에 와놓고 계획도 없이 한량처럼 시간을 보내다보니 마지막으로 미국에 방문했을 때와 대조되었다. 몇 년전 외할머니 팔순 잔치 기념으로 외가쪽의 가족들이 하와이에서 만났던 적이 있었다. 나는 그때 석사 1년차였는데 열정이었는지 걱정이었는지 틈틈히 아이패드로 논문을 읽느라 정신이 없었다. 가족들은 좀 쉬라고 했지만 그때는 도무지 마음이 놓아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너무 마음을 놓아버려서 다시 업무 모드로 돌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될 정도이다. 회사일은 장기전이니 휴가까지 와서 일을 붙잡고 있는 것은 효율이 나지 않는다고 합리화해본다. 예전을 생각하니 그때는 어떻게 그런 열정이 나왔었는지 신기했다. 그만큼 지금은 내 자신이 좀 지쳤다 보다고 생각했다. 여행지에선 조금의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 게으르더라도 꽤나 재미있게 보낼 수 있다. 한국에서 열심히 돈을 벌었던 이유가 이 순간을 위해서인 것 같아서 아끼지 않고 소비하고 있다. 포틀랜드에서 잔뜩 게으름 부리고 오늘 비행기를 타고 샌프란시스코로 왔다. 확실히 날씨가 너무 좋아서 포틀랜드보다는 돌아다닐 맛이 난다. 농구 경기 말고는 계획한 것이 없지만 끝까지 조심해서 놀다가 돌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