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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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자
2021/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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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이란 다른 사람이 느끼는 감각을 내가 같이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생각해 볼 수록 신기한 개념이다. 사람들이 무선통신장비 처럼 주파수로 시그널을 주고받지 않는 바에야 어떻게 이게 가능한 것일까? (어디선가 가까운 사람들이 근거리에서 심장박동과 같은 진동수를 공유함으로써 감각 싱크로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를 어디서 본 것 같지만 정확하진 않다.) 우리는 일상에서 사람들 중에 특히 공감력이 높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이 공감능력자들은 본능적으로 타인이 느끼는 감각을 공유한다. 공유하는 감각에는 기쁨과 같은 긍정적인 감각들도 있지만 고통과 같은 부정적인 감각일 경우도 많다. 이들은 이러한 감각들을 선택적으로 수용하지 못하여 자신이 힘들어질 것을 알면서도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처럼 느낀다. 이런 사람들에게 공감은 선택적으로 발휘할 수 없다는 점에서 능력보다는 감각에 가까운 것 같다.
이러한 공감능력을 설명하는 생물학적 메커니즘 중 하나로 거울 신경체계가 제시된 적이 있다 (예전에는 거울 뉴런이라고 불렀지만 요즘은 여러 뉴런의 상호작용으로 생겨나는 현상이라는 설이 강해져 거울 신경체계로 부른다고 한다). 거울 신경체계는 다른 개체의 특정한 움직임을 관찰할 때 활성화되는 신경체계라고 한다(위키). 즉, 타인이 움직이는 것을 보며 나의 움직임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러한 메커니즘이 존재하는 이유는 쉽게 추측할 수 있는데 아기나 어린아이는 다른 사람들을 보며 움직이는 방법을 학습하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 메커니즘이 특별히 잘 인식하는 움직임이 있는데 바로 타인의 표정이다. 아주 미세한 근육으로 표현하는 얼굴 표정에는 그 사람이 느끼는 감각에 대한 많은 정보가 포함되어 있으며 거울 신경체계는 그 감각을 파악하는데 특화되어있을 뿐만 아니라 그 뒤에 숨겨진 감정까지 직관적으로 추론한다. 반사회적 인격장애자, 즉 사이코패스들 중에서는 유전적으로 이러한 메커니즘에 문제가 있어서 타인의 감정을 추론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만큼 이 메커니즘은 사람에게 중요한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 메커니즘이 유난히 발달한 사람들이 타인의 감정이 너무나도 잘 느껴지는 공감능력자들이었던 것 같다. 이러한 감각을 타고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면 거울 신경체계는 어느정도 선천적인 것 같다.
하지만 이 메커니즘만으로 인간의 공감능력을 모두 설명하기엔 미흡한 점이 많다. 거울 신경체계를 보완하여 인간의 공감능력을 완성하는 것은 상상력이다. 타인의 표정을 통하여 그대로 느끼지 못하더라도 타인의 감정을 상상함으로써 이해하는 것이다. 이렇게 감정을 상상하는 것은 항상 정확하지는 않지만 타인의 상황을 이해하고 과거 자신의 경험중 그 상황과 가장 유사한 상황에서의 감정을 기억함으로써 조금더 정확하게 감정을 상상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감정적 경험이 많으면 많을수록 공감력을 잘 보완할 수 있으며 선천적인 거울 신경체계와 달리 이러한 상상력은 발전이 가능하다. 이 덕분에 거울 뉴런체계가 유전적으로 발달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모두 사이코패스가 되는 것이 아니라 누구든 공감능력을 기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사회에서는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공감능력을 길러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변화는 에너지를 소모하는 만큼 개인에게 그럴만한 유인이 없다면 공감능력을 기르지 않게 된다. 사실 경쟁이 치열한 환경에서는 오히려 개인들이 공감능력을 발달할 유인이 적다. 다른 개인들을 이겨야할 대상으로만 생각한다면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은 오히려 경쟁력을 약화하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입시 위주의 조기 경쟁 교육과정이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을 양성하는데 큰 몫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공감능력을 기르는 능력이 무의미한 일일까?
타인의 감정을 느끼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이해하는 것의 핵심이다. 다른 사람들의 행동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여 내가 특정 행동을 했을 때 사람들의 행동을 전혀 예측할 수 없다면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어려울것이다. 사회의 많은 활동들은 다른 사람들에 대한 행동을 예측하는 것에 기반을 두고 있다. 물건 하나를 팔더라도 다른 사람의 감정과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면 제대로 팔 수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너무 다양하여 같은 자극에 대해서도 느끼는 감정은 크게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넓게 공감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그만큼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모델링(자극와 그에 대한 반응에 대한 예측)을 할 수 있다면 이는 특출난 능력이다.
공감 능력은 사회에서 필요한 능력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얼마전 보았던 테드 강연에서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범위를 나와의 감각을 공유하는 곳까지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신체의 일부가 마비가 되어 그 부위를 조종할 수 없고 감각을 느낄 수가 없다면 점차 그 부위를 '내'가 아닌 것처럼 느끼게 되며 반대로 다른 사물이라도 내가 자유롭게 조종이 가능하고 감각을 느낄 수 있다면 '나'의 일부 처럼 느낀다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자기 자식이나 반려동물의 기쁨과 고통을 공유하며 자기 자신의 일부로 느끼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공감 능력을 기르는 것은 타인과 감각을 공유함으로써 자기 자신의 범위를 넓혀가는 과정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