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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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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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자
2022/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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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 전에 집과 절(?)에서 조용히 책이나 읽으며 휴가를 보내려고 하였다. 예전과는 달리 소극적으로 변한 내 모습이 늙어간다는 신호같다는 자격지심에 울컥하여 즉흥적으로 길게 휴가를 내고 미국 여행을 다녀오기로 하였다. 약 2주동안 샌프란시스코에서 농구 경기를 보고 엘에이로 이동하여 친척들께 인사드리고 올 예정이다. 그저께 도착하여 아직 시차적응 중이어서 미국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 회고에 써야할 것 같다.
현재 휴가차 미국에 와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이번 여행의 주 목적인 NBA결승 2차전을 보고 친척들이 계시는 로스엔젤레스로 왔다. 이모집에 방이 하나 비어 그 곳에 머물면서 일주일간 숙식을 하는 중이다. 이모는 예전 집에 비해 작아졌다며 넓었던 집을 보여주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시지만 한국에서 온 나는 탁구대가 있는 넓은 정원과 홈씨어터와 여분의 게스트룸이 있는 집이 뭐가 작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외가쪽 친척들이 LA에 자리를 잡아주신 덕분에 나는 예전부터 여유가 있는 시기마다 미국에 올 수 있었다. 그 덕분에 미국에는 행복한 기억밖에 없었고 꽤 오랫동안 LA에서 사는 것이 내 로망이었다. 비교적 언어의 장벽이 낮은 개발자라는 직업 덕분에 미국 생활은 좀더 현실성 있어졌고 자연스럽게 이번 여행에서는 미국과 한국 생활의 비교가 내 화두가 되었다.
내가 선망하는 IT대기업들의 본사는 주로 미국 서부에 몰려있다.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캘리포니아는 세계에서 가장 좋은 기후를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라면 만나는 모든 사람과의 인사말이 "오늘 날씨 너무 좋지 않아요?"가 되고 퇴근 후에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친구와 술약속을 잡을 것 같은 날씨가 여기에선 일년 내내 지속된다. 서울에 비해 공간이 너무나 여유롭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모든 것이 널찍널찍 해서 마음도 여유로워지는 것 같다. 넓은 공간은 다양한 시도로 이어진다. 마당이 넓으니 탁두대도 사보고 특이한 가게도 만들어보고 하는 것이다. 넓다보니 인구 밀도도 낮고 사람을 마주할 일도 적다. 출근할 때 마다 몇 백명씩 마주치곤하는 서울보다 하루동안 만나는 사람이 적으니 사람에 대한 신경이 훨씬 덜쓰인다. 이런 캘리포니아만의 장점들은 한국이 아니라 다른 어디에서도 보기 힘들 것 같다.
하지만 서울이 발전하면서 예전에 미국에 대해 부러워했던 점들이 많이 바뀐 것들도 있다. 어렸을 때는 미국의 맛있는 음식들과 멋진 제품들에 눈이 휘둥그래해지곤 했다. 하지만 예전에 비해 서울은 훨씬 세련되어졌고 서울에서 소비의 선택지는 미국 대부분 지역보다 넓어졌다. 인터넷 덕분에 재미있는 컨텐츠나 좋은 IT서비스도 대부분 한국에서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한국에서는 불가능할 줄 알았던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합리적인 문화도 한국에 많이 정착된 것 같다. 특히 내가 일하는 IT분야는 이런 자유로운 분위기를 추구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이런 문화를 많이 경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런 이유들 덕분에 미국 생활은 이루고 싶은 꿈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선택지로써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커리어적으로도 고려해야할 것들이 많다. 훌륭한 인재들과 더 큰 시장을 노리고 일할 수 있는 기회에 비해서 나의 문화적, 언어적 강점을 잃게 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한다. 그래도 지금의 생각은 무리해서 올 필요는 없지만 나중에 기회되면 미국에서의 생활을 한번 경험해보고 싶다 정도의 생각인 것 같다.
천국같은 곳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어도 머리에는 이런 생각들이 스멀스멀 떠오르는 것 같다. 오늘은 사촌 누나들과 라라랜드 촬영지를 돌 것 같다. 고민도 중요하지만 쉴 때는 좀 마음놓고 쉬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