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에 관한 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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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ir
sh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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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자
2022/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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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어에 처음 참여한 것은 한창 의욕이 넘치던 때였다. 내가 되고싶은 모습이 뚜렷했고 그 방법도 알 것 같아서 필요한 것은 의지 뿐이었다. 처음에 나에겐 회고는 성과를 측정하는 성적표였고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채찍에 가까웠다.
나를 바꾸고 싶다는 마음의 동력은 두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초조, 불안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피하기 위한 동력과 행복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을 더 얻고 싶다는 동력이다. 전자는 힘이 강하긴 하지만 부작용이 많다. 과거 경험상 자신을 태우며 동력을 얻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후자에 집중하기 위해서 노력해왔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 방법이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긍정적인 감정이 없진 않지만 부정적인 감정에 비해서 화력(?)이 떨어져서 종종 버겁게 느껴진다. 이렇게 태평한 생각만으로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그동안 달려왔던 관성 덕분인지 그 대가가 바로 오진 않고 있다.
이번 회고 기간에는 내가 원하는 상을 설정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나의 한주를 평가하는 일은 접어두고 내 생각과 감정에 집중하려 했다. 그러다보니 일기와 같은 회고가 되어 버렸다.
글을 쓰며 알게된 것은 부정적인 감정 보다 긍정적인 감정에 대해서 그럴듯하게 쓰는 것이 훨씬 어렵다는 것이었다. 깊은 트라우마에 대해 쓰는 것에 비해 뭔가를 좋아한다고 쓰는 것은 가벼운 느낌이다. 이에 대해서 이번주 디너모임을 했던 분들과 이야기를 했었는데 생활속에서 타인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공감받는 것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훈련이 덜 되어 그런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깊게 생각을 하는 것은 힘들다. 특히 굳이 안해도 될 때는 더욱 그렇다. 문제로 부터 관심을 돌릴 수 있는 재미있는 유혹들이 너무 많다. 이런 유혹들은 내 루틴에 자연스럽고도 강하게 녹아있어서 이를 뿌리치려면 이사라도 가야하나 고민중이다.
좋은 12주였다. 자신에 대해서 혹독하게 평가하지 않아도 되고 부정적인 감정이 없어 쓸 내용이 없는 시기는 행복한 시기이다. 하지만 그래도 다음 기간에는 조금 더 열정적인 목표가 생겼으면 좋겠다.
열정적으로 참여하진 못했지만 분위기 좋은 팀을 만나 즐거웠습니다. 열심히 반응은 해드리지는 못했지만 항상 열심히 읽고 많이 배웠습니다. 모두 12주간 고생하셨고 다음이 또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