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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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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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자
2022/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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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새 회사로 출근한지 두번째 주의 일요일이다. 밤에 12시간 가까이 자고 또 낮잠을 2시간을 잤으니 사실상 뻗어서 아무 것도 못했다. 출근 전에는 한가해서 펑펑 놀며 이런 저런 잡생각과 실존주의적인 고민도 하곤 했는데 요즘은 별 생각들지 않는다. 새 환경이 썩 마음에 들어 얼른 적응하고 싶은 욕심이 앞섰나보다. 그런 욕심에 비해서 새로운 환경에서의 적응은 나에겐 쉽지만은 않다.
내가 한때 재밌어 했던 강점혁명 테스트는 유형화한 34가지의 강점의 순위를 알려준다. 나의 강점으로 알려준 것들이 잘 맞아서 꽤나 신뢰하는 편인데 그 중 34번째의 강점으로 나왔던 것이 '적응'이었다(참고로 33번째의 강점은 '사교성'이다). 읽어보면 일반적인 의미와는 조금 다르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때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내가 약한 부분이 맞는 것 같다. 실제로 나는 그 환경에서의 모든 사람들의 성향과 암묵적인 룰들을 파악했다고 느끼기 전까지는 실수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마음을 졸이는 편이다.
하지만 동시에 나의 강점 중 1위를 차지하는 것은 배움이다. 새로운 것을 배워서 내가 못하던 것을 할 수 있게 되는 과정을 좋아하는 강점이다. 내 경험상 여러 방면에서 가장 빠르고 많이 배울 수 있는 방법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었다. 이런 묘한 조합 덕분에 내가 괴로워 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계속 새로운 환경에 자신을 맡기고 괴로워하는 이상한 성향이 생겨났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이 힘들지만은 않다. 다만 내가 퍼지지 않게 한동안은 적응에만 집중해야겠다. 전 회사에서도 재택근무였던 데다가 이 회사도 재택과 휴가도 무제한이라 적당히 출근하고 싶은 유혹이 강하지만 한동안은 출퇴근 시간을 유지하고 필요하면 남아서 추가 공부라도 해야할 것 같다. 이러다 보면 언젠가 나중에 나도 모르게 적응하여 부쩍 성장해있지 않을까? 그래서 지금 애쓰는 이 모습이 생소하게 느껴질 날이 기대된다.